우리가 잘 몰랐던 ‘페인트 분진’ 그 실체에 대해

[공감신문 시사공감] 최근 몇 년간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요 며칠 간 하늘만 보더라도 이건 뭐(...) 바깥에서는 제대로 숨을 쉬는 것조차 꺼려지는 정도이니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짐에 따라, 그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들도 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중국발 미세먼지 차단을 위해 국가차원의 항의가 필요하다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랐다. 이 청원글은 일주일도 안 돼 21만7000명이 넘는 이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쳐화면

이 가운데 중국발 미세먼지처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요인보다 국내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의 원인부터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대기오염에서 국외 기여도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지만, 국내 기여도 역시 국외 못지않다. 

특히 국내의 미세먼지 발생원 중 ‘공사장에서의 비산먼지’ 문제는 심각한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다수의 지자체는 미세먼지 해결책 중 하나로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특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보통은 이런 과정에서 생기는 토사먼지만 비산먼지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pxhere/CC0 public domain]

흔히 건설현장 비산먼지라고 하면 작업 중 일어나는 토사먼지 등에 한정해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건물 외벽 도색작업 시 사용되는 페인트 스프레이건도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대기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때, 사소한 것 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겠다. 오늘 시사공감에서는 환경을 위협하며 우리의 숨통까지 조여 오는 ‘비산먼지’를 고발한다.

 

■ 비산먼지, 넌 누구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도대체 비산먼지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어휴 보기만 해도 벌써 먼지투성이다. [pxhere/CC0 public domain]

비산먼지는 야적장, 공사장 등에서 굴뚝 등의 일정한 배출구를 거치지 않고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를 뜻한다. 다른 말로는 날림먼지, 비산분진이라고도 부르며, 건설업이나 시멘트·석탄·토사·골재 공장 등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미세먼지(PM-10) 발생량 중 비산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44.3%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도로재비산먼지가 45%로 가장 많은 가운데 건설공사를 통해 발생되는 것도 22%나 된다. 

환경부는 현재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비산먼지 발생사업(11개 업종 35개 대상사업)에서 일어나는 비산먼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억제시설 및 필요조치 선행 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외벽도색? ‘그냥’ 슥슥 칠하면 끝 아닌가요?
당장 건물외벽에(이를 테면 내가 사는 아파트?) 페인트칠을 한다고 하면, 어떤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줄에 매달린 작업자가 스프레이건이나 롤러를 이용해 글씨나 그림에 색을 채워나가는 풍경이 가장 먼저이실 테다. 

스프레이 공법을 사용해 작업하는 모습

건물의 외벽 도색 방법은 스프레이건으로 페인트를 분사하는 방식과 롤러에 페인트를 묻혀 벽에 바르는 방식으로 나뉜다.

도장공사업계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스프레이건을 활용한 시공법을 더 선호하고 있다. 작업속도가 약 3배 빠를 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안정성, 인건비 등의 문제에서 롤러 방식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장작업자들은 롤러 방식이 스프레이건 방식보다 더 많은 일당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롤러 방식 작업을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스프레이건 방식에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작업현장 주변에 페인트 잔여물로 이뤄진 비산먼지가 흩날리면서 대기를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인근 주민의 건강까지 위협한다. 

인체 유해 성분이 다량 포함된 페인트 잔여물은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데 사람의 피부와 호흡기에 닿게 되면 피부병이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또 현장 주변에 널어놓은 빨래나 차량을 변색시키기도 한다. 이로 인한 피해 사례는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규제는 이게 끝?
문제의 심각성과는 달리 이와 관련한 규제는 다소 허술한 편이다. 

스프레이 작업으로 인해 화단 식물마저 페인트 투성이가 됐다

스프레이건을 사용해 건물 외벽을 도색하는 과정에서 비산먼지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실상의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대기보전법은 새로 짓는 건물 외부에 도색 작업을 할 때 롤러 방식을 활용해야 하며, 스프레이건을 사용할 경우 비산먼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진막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페인트 분사 후 잔여물이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규정이다.

새 건물이 아닌 기존 아파트 등의 건물 외벽을 도색하는 경우에는 이 규정마저도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작업 현장 인근 주민들은 대기 중의 페인트 비산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방진막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

약한 처벌 규정 역시 문제다. 방진막을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을 하다 적발될 경우 부과되는 과태료는 최대 300만원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굳이 규정을 지키려는 업체들이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신축건물 외벽 도장작업 시, 방진막을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대부분 지키지 않으며, 방진막 미설치가 적발되더라도 현장에서는 이를 개의치 않고 다음날이면 페인트를 뿌린다. 이는 300만원이라는 적은 과태료가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심지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야간에 스프레이 도장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정부당국이나 지자체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이같은 당국의 허술함에 환경단체들은 대기보전법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도색작업으로 건물의 외관은 깔끔해지겠지만 반대로 주민들의 건강은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시급히 이와 관련한 법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만큼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새 건물에만 적용되는 방진막 설치 규정을 기존 건물로 확대하고, 솜방망이처럼 가벼운 과태료 규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강화된 규정을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단속 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 ‘환경보전’의 눈으로 다시 바라봐야 할 때 
세상만사가 대부분 다 그렇지만, 환경은 특히나 한 번 망가지면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기가 어렵다. 나무 한 그루 잘라내는 거야 일도 아니지만, 다시 똑같은 크기로 키우려면 수십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 점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스프레이 분사 시 도료가 공기 중으로 흩날리게 된다. [유튜브 캡쳐화면]

편리하고,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것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 같은 편의가 우리의 안전을 해치면서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하게 한다면 얘기는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정부의 보다 단단한 규정과 업체의 양심적인 시공이 함께할 때, 진정으로 지키고 추구해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켜야 할 것을 제대로 지켜냈을 때, 정말로 안심하고 살아가도 되는 사회가 될 수 있다. 오늘 시사공감 포스트는 여기서 마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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