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 환자 수송기 지원·주치의 한국까지 동행…아내 시신도 같은 항공편으로 운구

터키 남서부 안탈리아에서 부부동반 여행 중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도 크게 다친 한국인이 사고 사고 엿새 만에 귀국길에 올랐다.

[공감신문] 지난 3일 60~70대 한국인 관광객 부부 네 쌍이 탄 스타렉스 차종 렌터카가 터키 안탈리아주(州) 케메르의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던 중 반대편에서 오던 터키인 자동차에 차체 뒷부분을 들이받혔다. 

이 사고로 한국 관광객 부부 네 쌍이 모두 아내를 잃게 됐다. 차량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아내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으며, 남편 4명과 맞은편 차량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사고 엿새 만인 10일, 아내를 잃고 자신도 다친 한국인이 귀국길에 올랐다.

교통사고 중상자인 김모(67)씨는 이날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으로 이송됐다. 이 비행기에는 사고로 숨진 아내의 시신도 함께 운구됐다. 

9일(현지시간) 안탈리아공항에서 구급인력이 한국인 교통사고 중상자를 환자 이송 항공기로 옮기는 모습.

지난 9일 저녁 김 씨는 안탈리아의 병원에서 환자 수송기 ‘에어앰뷸런스’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김 씨는 목이 다쳐 비행기 좌석에 앉은 채로 장시간 여행을 할 수 없을 만큼 부상이 심각한 상태다. 

앞서 터키 의료진은 김 씨의 상태를 고려해 터키에서 당분간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김 씨는 숨진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인 김 씨의 아들은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고 싶었으나 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할 길이 막막했다. 이때 터키 보건부가 나서 안탈리아부터 이스탄불까지 김씨를 이송할 에어앰뷸런스를 제공했다.  

터키 정부는 헬기 이송 방법도 검토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았고, 중간에 한차례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비행기를 선택했다. 

김 씨를 치료한 주치의도 한국까지 동행하도록 지원했으며, 항공사와 협의를 통해 항공기에 의료용 산소장비도 반입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행 항공기에서는 일반 좌석의 팔걸이를 들어 올려 환자를 눕힌 후 좌석에 환자를 고정한 채로 이송하게 될 계획이다. 

김 씨는 10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앰뷸런스로 부산까지 이동할 예정이다. 

터키 언론에 보도된 사고 현장의 모습 [하베르튀르크 웹사이트 캡처]

김 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다리 운동을 제법 하실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다”면서 “터키 정부와 병원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보살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함께 사고를 당한 일행 3명은 지난 7일 귀국했으며, 아내 3명의 시신도 같은 날 한국에 도착했다. 

터기 중앙정부와 안탈리아주정부는 이번 사고 수습을 적극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국빈 방한을 마치고 귀국하는 기내에서 사고 소식을 접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고를 당한 한국인 일행을 최대한 지원하라고 내무부와 보건부 장관에 지시했다. 

주(駐)앙카라 한국대사관과 주(駐)이스탄불 한국총영사관 역시 사고 현장에 인력을 급파해 영사 조력에 나섰으며 한인회도 안탈리아에 머물며 환자와 가족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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