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안 만장일치로 통과…분쟁지역서 기아 상황 발생시 즉시 알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유엔 안정보장이사회가 분쟁지역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공감신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굶주리고 있는 분쟁지역 주민들의 기아(飢餓)문제를 ‘전쟁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했다. 

결의안은 네덜란드, 쿠웨이트, 코트디부아르, 스웨덴이 발의했으며 24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번 결의안은 “분쟁 개입 당사자는 모두 민간인과 농장‧시장‧관개수로나 기타 식량을 생산하고 옮기는 긴요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공격을 금하는 국제 인도주의 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쟁지역 주민들을 굶기는 행위는 국제법에서 금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의안은 분쟁지역에서 기아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알 수 있도록 하는 조기경보 시스템도 구축하도록 했다. 

산소마스크를 쓴 시리아 두마의 어린이

앞으로 유엔 사무총장은 기아나 ‘식량 불안(food insecure)’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는 분쟁 위험에 대해 안보리에 보고해야 한다.

또 분쟁 당사자들은 국제 인도주의 법을 존중해야 하며, 식량을 운반하거나 배고픔을 겪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원조하는 활동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

안보리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지원이나 접근, 배분을 방해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대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3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분쟁지역에 거주하는 1억800만명~1억2400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지난 수천 년간 분쟁지역 전사들은 ‘전투 작전’이라는 명분으로 지역을 장악하고 농작물을 불태웠으며 땅을 태워버렸다. 

현재 7년째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시리아 정부와 반군들은 마을과 도시를 포위했으며, 그 결과 심각한 영양실조와 기아에 따른 사망이라는 참혹한 결말을 낳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분쟁 지역에서 식량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지난 수십 년간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번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대해 유엔 주재 네덜란드 부대사는 “역사적인 텍스트(landmark text)”라고 평하며 “전쟁으로 기아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이 텍스트의 중심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분쟁은 식량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백히 받아들여야 하며, 무력 분쟁과 식량 안보불안 사이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 WFP 중동‧북아프리카‧중앙아시아‧동유럽 담당 책임자 무하나드 하디는 “결의안 채택을 전적으로 환영한다”며 “분쟁의 진정한 희생자인 전 세계 모든 어린이 등 주민들이 결의한 결과를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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