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무산 원인, '북미 의제 조율'과 '메시지 관리 실패' 지목

[공감신문] 미국이 요구하는 신속하고 완전한 비핵화에 북한이 반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조성에 작지 않은 장애물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황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된 결정적인 이유는 '시간 부족'이므로 양 측에게 여유가 주어진다면 합의점이 도출 될 수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특임교수 겸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 / 고진경 기자

하루 뒤인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한 문정인 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 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중단’이 아닌 ‘연기’로 규정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전화나 편지를 달라”고 언급하며 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게 그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중간선거를 올해 11월로 앞두고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키운다.

문 특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어도 중간선거 이전에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해 가시적인 결과를 내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측도 이날 오전 미국 측의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에 입장문을 내고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문 특보는 북한의 입장문이 상당히 정제됐다는 점에서 관계 개선의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하고 핵실험장을 자발적으로 폐기한 것을 근거로 “맥락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회담 무산이 돌발적인 사태로 갈 것이라 보지 않는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문정인 특보는 북미정상회담 무산의 원인으로 북한과 미국의 의제 조율과 메시지 관리 실패를 들었다. / 고진경 기자

문 특보는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된 결정적인 원인이 북한과 미국의 의제 조율과 메시지 관리 실패에 있다고 분석했다.

폐기와 보상의 순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 여부를 두고 북미 간 교감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국은 오는 12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설전을 벌여왔다.

미국이 경제적 보상을 조건으로 비핵화를 내건 것이 북한의 심기를 건드렸고, 언사가 거칠어진 북한에 미국이 똑같이 응수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는 게 문 특보의 주장이다.

문 특보는 실질적인 실무 접촉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일이 다가오는 데 대한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강행하게 되면 실패 가능성이 크고, 실패 시 국내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의제 조율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 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국민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을 부탁했다. / 고진경 기자

향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열기가 식기 전에 빨리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 특보는 “폼페이오와 김영철의 대화 채널이 살아있는 만큼 서로의 마음만 통하고 의지만 모이면 쉽게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한의 핵 문제를 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일괄 타결, 선폐기 후보상’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 ‘점진적·동시적 접근’으로 바뀐 만큼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문 특보는 문 대통령에게 촉진 외교를 통해 판을 살리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들에게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에 힘을 실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급속도로 진행됐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갑작스러운 제동이 걸리면서 대내외적으로 불안감이 팽배하지만, 아직 비관하기는 이르다.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의 끈을 놓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국면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반도 평화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지만 어렵게 뗀 걸음인 만큼 강한 의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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