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수용을 둘러싼 찬반논쟁, 도민의 목소리부터 들어야

[공감신문 시사공감] 독자여러분은 ‘제주도’라 하면 어떤 게 가장 먼저 떠오르시는지. 

아마도 많은 분들이 푸른 바다와 맑은 공기, 여유롭고 한적한 제주도만의 분위기를 떠올리실 거다.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평화의 섬으로 불리며 국내 인기관광지로써는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도. 모르긴 몰라도 시사공감을 읽고 계실 독자여러분 중에서도 여름휴가를 앞두고 제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이 많을 걸로 예상된다. 

100%는 아니겠다만, 제주를 방문한 이들 대부분은 행복한 추억의 한 페이지로 이곳을 기억한다. 기자의 기억 속 제주 역시 그런 곳이고 말이다. 

평화의 섬 제주도를 둘러싼 갈등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wikimedia/CC0 creative commons]

그러나 최근 제주도를 둘러싸고 격화되는 논쟁은 평화의 섬이란 기존의 타이틀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인다. 치안 불안을 호소하는 제주도민들과 인종 혐오 비판을 가하는 인권가들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때는 도둑이 없고, 거지가 없어 집집마다 대문도 없다 하여 ‘삼무’(三無)의 섬이라고도 불렸던 제주도. 이런 곳에서 도민들의 불안감은 왜 확산돼 가고 있는 것인지, 도민들을 향한 인종혐오 논란은 왜 불거지고 있는 것인지,

오늘 공감신문 시사공감 포스트에서 알아보기로 했다. 

 

■ 평화의 섬 제주도, 그곳에선 무슨 일이

배를 타고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들

저 먼 유럽에서 난민이슈가 연달아 터져 나올 때만 하더라도, 언젠가 저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을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아마도 거의 없지 않을까. 고백하건대, 기자 본인만큼은 정말이지 남의 나라 일인 줄로만 여겨졌더랬다.  

그런 점에서 바라볼 때 제주도내 예멘난민이 급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2016년과 2017년 전체 난민신청자 607명 가운데 예멘 출신은 49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예멘 출신의 난민신청자는 6월 20일 기준 549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지난해 42명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약 13배나 뛰어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한국에서도 ‘굳이’ 제주도를 택한 것일까? 그에 대한 첫 번째 답은 제주도가 시행 중에 있는 ‘무사증 입국제도’에 있다. 

제주도는 외국인이 무비자로 30일 동안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제주도는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외국인이 비자 없이도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 중에 있다. 사드갈등이 발생하기 전 제주도에 수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오갔던 것도 바로 이 무사증 제도의 영향이다. 

여기에 제주도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를 잇는 저비용 직항기가 취항한 것도 예멘난민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제주에 입도한 예멘난민들은 이전까지 말레이시아에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말레이시아는 예멘인들의 일시적 체류를 허용하긴 했으나 이들에 대한 인정과 취업은 제한했다. 이미 난민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은 물론 이웃나라인 일본과 중국 역시 난민신청이 까다롭다. 

특히 일본의 경우 국제적으로 난민지원금을 많이 내고는 있으나, 정작 난민 인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비자가 없는 예멘인들에 대해선 입국도 불허하는 상황이다. 

한국도 난민 인정 건수 자체는 세계적으로 낮은 편에 속하긴 하지만, 어쨌든 UN난민협약 가입국 중 하나다. 지난 2014년에는 자체적인 난민법도 제정한 바 있다. 이런 와중에 비자 없이도 입국할 수 있는 제주도는 예멘난민들에게 마지막 희망과 같이 느껴졌을 법하다. 

제주에 입국한 예멘인들이 공항청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전쟁을 피해 선택한 곳이 하필 휴전국이라니,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리긴 하지만 어쨌든 600여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이렇게 제주도를 찾았다. 그러나 생계가 곤란한 탓에 일부 난민들은 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고 생활하거나 공원 벤치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 정부는 더 이상의 난민이 들어올 수 없도록 무사증 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하는 한편,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취업허가를 내주기로 했다.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내국인들이 취업을 꺼려하는 농·축산과 관련된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또 이들이 다른 지역에서 불법체류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출도제한명령을 내렸다. 빵과 밀가루 등의 식자재와 무상진료 등의 의료를 지원하고, 내국인들의 불안감 완화를 위해 순찰과 범죄예방을 집중 강화하기로 했다. 

 

■ 제주도민들의 이야기 

청원마감일까지는 아직 한참이나 남았지만, 참여인원은 이미 30만 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달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무사증 입국·난민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청원시작 5일 만에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21일 현재 33만4000명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해당 글은 “난민신청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난민신청을 받아 그들의 생계를 지원해주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제주도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지 심히 우려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도 불법체류자와 문화마찰로 인한 사회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도 전에 난민신청까지 받는 것은 일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자국민의 치안과 안전, 불법체류 외 다른 사회문제를 먼저 챙겨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리얼미터]

제주도 예멘난민 수용에 대한 리얼미터의 국민여론조사에서는 수용을 반대한다는 응답이 49.1%로 찬성(39.0%)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우리 국민 2명 중 1명은 난민 수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당사자인 제주도민들의 반감은 더욱 거세다. 시사공감팀의 인터뷰에 응한 제주도민 A씨는 난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왜 하필 제주도냐”고 반문했다. 

A씨는 “난민문제가 언론보도로 전해지기 이전에 서귀포 시내에서 중동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것을 봤다. 신기하기도 하면서, 우리나라엔 어쩐 일일까 궁금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니나 다를까, 기사가 뜨더라. 그 사람들이 예멘난민들이라고. 제주도는 지금도 불법체류자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난민들이라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불법체류자들이 목격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비자 없이도 입국이 가능하다 보니 여행객을 가장하고 취업을 목적으로 제주도에 들어오는 제도 악용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 제주도내 외국인 범죄율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Created by Kjpargeter - Freepik]

그는 “엊그저께도 서귀포 시내 한복판에서 중국인들끼리 패싸움이 일어났다. 이런 일은 너무 흔하다”며 “난민들이 꼭 그럴 거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그럴 거란 보장도 없지 않나. 지금 일어나는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먼저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관광도시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제주도민 B씨는 “사실 제주는 깨끗하고 맑은 청정도시라는 이미지로 먹고 사는 관광도시인데, 난민수용 후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질까봐 그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에서 일어난 각종 난민범죄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난민들이 잘 적응해서 이곳의 법대로 살아간다면 문제없겠지만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 범죄가 안 일어난다고 한들, 선입견 때문에 제주 방문을 꺼리게 되는 이들도 분명히 생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제주 난민문제, 오해와 진실

자나깨나 가짜뉴스 조심. [pixabay/CC0 creatve commons]

난민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확인되지 않는 소문들도 확산되고 있다. 진실인 것도 더러 있긴 하지만 사실이 아닌 소문들도 있어 부정적 여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찬성과 반대, 어떤 입장을 취하든 개인의 자유이지만 오해는 바로잡고 가야겠다. 

○ 난민으로 신청하면 월 138만 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난민을 신청한 예멘인들이 138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는 소문이 입에 입을 타고 퍼져나가고 있다. 안 그래도 도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난민들에게 적지 않은 지원금을 준다는 소문으로 반대여론이 더욱 들끓는 모양새다. 

난민법 제40조에 따라 난민신청자가 6개월간 생계비 등의 지원금을 받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난민 생계비 지원액은 난민지원시설 비이용자의 경우 1인당 월 43만2900원에 불과하다. 지원시설을 이용하는 난민은 21만6450원 수준이다. 

이마저도 난민 신청자 모두가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난민 생계비 신청자 785명 가운데 실제 생계비 지원을 받은 이들은 436명에 불과하다. 올해 제주에 입도한 예멘인 중 생계비지원을 신청한 이들은 300명 이상에 달하지만, 지급된 사례는 ‘0건’이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Created by Katemangostar - Freepik]

○ 취업을 목적으로 한 ‘가짜난민’이다?
제주의 예멘난민들이 정말 전쟁을 피해 온 것인지,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것인지 지금으로써는 확실히 구분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같은 소문에 대한 사실여부도 지금으로써는 확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다만 한국의 난민 인정 기준이 엄격한 만큼, 심사 과정에서 진위여부가 파악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난민신청자 9942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이들은 121명이다. 심사결정 종료건수(6041건) 대비 난민 인정률은 불과 2.0% 수준이다. 

법무부에서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경우 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지만, 이런 경우는 더 어렵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이 처리한 3364건의 난민 사건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건은 단 6건이다. 

난민에게 취업이 허용된 일자리는 농축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다. [Created by Bearfotos - Freepik]

○ 난민이 제주도민의 일자리까지 위협하려 한다?
앞서 밝혔듯 우리 정부가 예멘난민의 최소 생계 지원을 위해 구직지원에 나선 것은 사실이다. 법적으로는 난민신청 6개월이 지나야 취업이 가능하지만, 제주 예멘난민의 경우 인도적 차원의 조기취업이 특별히 허용된 것이다. 

언뜻 보면 특혜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이들에게 허용한 일자리 대부분은 양식업, 어업, 농업, 축산업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 분야다. 실제 제주도내 농축산업, 어업 등의 분야에서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불법체류자 고용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막상 일자리를 얻은 예멘난민들은 ‘일의 강도가 세다’, ‘생각보다 수입이 적다’ 등의 이유로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모든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이 제주도민의 일자리까지 위협한다는 것은 오해라고 볼 수 있다. 

 

■ 사회적 합의가 먼저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Created by Asier_relampagoestudio - Freepik]

시사공감팀과 인터뷰한 A씨와 B씨 모두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게 있다. 다문화도 좋고 인도주의도 좋고 다 좋은데, 왜 당사자인 도민들의 이야기는 들으려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B씨는 “잘못된 소문으로 과도하게 공포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는 의견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예멘인들이 난민으로 인정되면 결국 그들과 같이 생활해야 하는 것은 제주도민들이다. 그런데 왜 도민들의 불안감은 해소시켜주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민들이 유난히 거세게 반발하는 데에는, 결국 사회적 논의의 부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말이겠다.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정책이 세워지길 바란다. [Created by Freepik]

그간 우리나라의 다문화 정책은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다문화 정책이 추진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국민들의 반(反)다문화 감정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10년 새 反다문화 감정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이번 제주 예멘난민 사태를 계기로 난민이슈를 포함해 다문화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차례다. 전 국민을 아우를 수 있는 난민·다문화 정책이 세워져야만, 이와 같은 갈등과 논란이 두 번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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