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쥐’가 된 듯이 도착한 그린델발트 - 정종갑 사진 기자의 여행 에세이

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1 출발

3명의 남성이 스위스로 떠난다.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한국에서 2인, 그리고 독일에서 1인이

스위스에서 모인다.

나는 스위스 배낭여행을 꿈꾸며

한 달여를 구글어스와 블로깅을 하며

스위스를 되뇌고는 했다

그러다가 점점 욕심이 생겼다.

“지구상에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살면서 그런 꿈같은 이야기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과 지금 가지 않으면

못 갈 거 같다는 생각으로 스위스행을 결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끊기까지의 시간은

반나절이 채 걸리지 않았다.

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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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터미널

2018. 9. 22. 20:55

호기롭게 출발하여,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러시아 항공인 ‘에어로플로트’는 말이 많단다.

수하물 분실, 연착, 랜딩의 불안함이 승객들을

불편하게 만든단다.

“어쩌다 한 번씩 있는 일 가지고 하는 말일 거야.”

콧방귀 뀌며 배낭을 찾으러 벨트로 갔다.

가자마자 내 배낭은 바로 보이고,

같이 간 놈의 배낭은 어쩌다 한 번씩

있는 일에 당첨!

다음 날 13:00에 모스크바에서 취리히로

배낭을 싣고 온다 한다.

취리히 공항에서의

뜻밖의 첫 비박.

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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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재회

취리히 공항 도착이 늦은 밤 시간이라

교통비를 아낄 겸

공항에서 머물다가 첫차를 타고(새벽 5시경)

GRINDEL WALD로 넘어가려 했다.

그러나 배낭이 도착하지 않고

게다가 프랑크프루트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넘어오고 있는‘ 세계여행자놈’의 도착이

아침 6시경이란다.

일단 그놈부터 만나고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서

배낭을 찾아 떠나자.

얼마 안 되는 여행기간 중

소중한 반나절을 버리게 됐다.

하지만 괜찮아.

좀 더 바빠지면 되는 것뿐이니까.

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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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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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AMPING HOLDRIO

첫날은 가볍게 그린델발트 캠핑장에서

충전도 하고 좀 쉴 겸 머물기로 한다.

취리히에서 그린델발트는 2시간 정도 거리.

드디어 취리히 공항을 벗어나자.

‘시골 쥐’가 된 듯이

도착한 그린델발트.

와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구글어스로 이 시내를 방구석에서

누비고 다녔었다.

건너편 언덕에 보이는 홀드리오 캠핑장으로 향한다.

눈에 보이니 뭐 좀 걸으면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시답잖게 떠들고 풍경을 바라보고 담으며

2시간여 만에 캠핑장 도착.

분명 저기 언덕에 있는 캠핑장인데

2시간이 걸려 도착을 했다.

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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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ING HOLDRIO

그린델발트 마을 높은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굳이 역에서 가까운 캠핑장을 지나서

여기까지 온 보람을 느낀다.

어둠이 완벽하게 깔린 그린델발트를

바라보며, 주저 없이 코를 골고 뻗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저 멀리 올라오는 태양빛과

머리 위에 달빛으로 구름 하나 없는

‘아이거’를 바라보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보고도 믿지 않고 의심하게 되는

그런 EIGER NORDWAND.

저 수직으로 깎여있는 절벽이

한라산 높이 1.7배에 달한다.

글, 사진 = 정종갑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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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사는 한국 어머님께서 반갑다며

맥주를 들고 올라오셔서는

마시라며 주신다.

AM 7:48

잘 마시겠습니다!

잘 마셨습니다!

이제부터가 우리의

진짜 배낭여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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