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어린이집 2000곳 집중점검...열악한 교사처우 함께 다뤄질까?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어린이집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열악한 것으로 알려진 유치원, 어린이집 교사 처우 개선 문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부 사립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은 개인적인 용도의 비용을 집행하지만, 정작 교사들의 처우는 여전히 낮아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로 시작된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전국을 흔들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토론회가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실력(實力) 반발로 무산되자, 사립유치원 비리 명단과 구체적인 내역을 공개하며 문제를 부각시켰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도 교육청별 감사 결과에 따르면 동탄의 A 유치원 설립자 겸 원장 교비를 숙박업소, 성인용품점에서 사용하고, 아파트 관리비와 노래방 비용 등으로 부당하게 사용했다.

충북 청주 B 유치원의 원장은 2015년부터 고가의 의류, 화장품, 홍삼 제품, 골프용품 등을 개인적으로 구매한 뒤 유치원 회계로 980만원을 집행하고 선물 구매비 등에 쓴 것처럼 서류를 바꿨다.

또한, 본인과 배우자 자가용 주정차 위반 과태료, 자동차세, 주유비 등 181만원을 유치원 회계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 요금이나 소액결제 등 389만원을 결제한 뒤, 해당 금액을 유치원 공금에서 본인 계좌로 이체한 것도 포착됐다.

대구 C 유치원은 2013년 6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예산 8100만원을 콘도 회원권과 자가용 구매, 주유비, 개인 식자재 구매에 쓴 내역이 확인됐다.

한유총도 박 의원의 행보를 주시하며 적극적으로 방어, 대응하고 있다.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유를 막론하고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최근 공개된 각종 사립유치원 비리는 "(현재) 회계·감사기준이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사립유치원에 맞지 않은 회계·감사기준에 의해 '비리'라는 오명을 썼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과 더불어 한유총은 서울서부지법에 MBC를 상대로 감사결과 공개금지 가처분신청도 제기했다. 일부는 유치원 단체가 휴업이라는 강도 높은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한유총의 대응과 달리 사립유치원에 대한 우려는 줄지 않고, 오히려 어린이집으로 사태 범위를 확산시켰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 박진종 기자

박 의원은 17일 언론과 인터뷰 유치원-교육청 간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유치원과 같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는 어린이집 비리 문제를 언급, 별도로 볼 예정이라고 알렸다.

보건복지부 역시 오는 2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전국 어린이집 약 2000곳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집중점검을 한다고 밝힌 상태다.

앞으로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집중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점차 범위를 넓히고 있는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가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처우 개선으로도 이어질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교사의 처우는 여러 유치원·어린이집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 1247명 중 47.2%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높다고 느끼고 있다.

보육교사는 영유아를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늘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 감정노동자인데, 교사 대비 관리 아동 수는 1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다.

현행 규정상 보육교사 1인당 영·유아 수는 만 0세반 3명, 만 1세반 5명, 만 2세반 6명, 만 3세반 15명, 만 4∼5세반 20명이다. 엄마 1명이 자녀 1명을 돌볼 때도 스트레스가 크다. 아무리 보육교사라고 해도 1명이 10∼20명의 아이를 동시에 돌보는 것은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육 업무 외에도 잡무가 많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대부분 보육교사들은 평가인증과 지도점검 준비, 일지 작성 등 잡무를 처리하고 청소와 교재 준비로 야근과 주말 출근이 잦다.

사립유치원 비리가 어린이집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급여 수준은 상당히 열악하다. 10년차 보육교사의 급여가 월 200만원이 조금 넘는 정도다. 일부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는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겠다는 불평까지 내놓는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의 열악한 처우는 아동학대 등과 같은 사고의 원인으로도 꼽힌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를 근절하려면 ▲교사양성 과정 개선 ▲처벌 강화 등과 함께 ▲교사 처우 개선 등 질을 높이는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국회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유치원·어린이집의 비용 집행 문제 개선과 더불어, 교사의 처우 개선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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