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 씨 친구들 토론회 참석해 의견 남겨...‘양형기준’ 전문가 “타 형법과 상관관계 고려”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윤창호법’을 발의 제안한 음주운전 사고피해자 윤창호 씨의 친구가 발언 중이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음주운전 사고 피해자인 윤창호 씨의 친구들이 제안한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단속기준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외국 사례를 봐도 단속기준을 강화하고 나서 눈에 띄게 음주운전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주승용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 경찰청이 주최하고 손해보험협회가 주관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창호법’ 발의에 적극적으로 힘써 온 윤창호 씨 친구들도 직접 참석했다. 윤창호 씨의 친구 중 한 명은 토론회 개최에 대해서 직접 소회를 밝혔다.

음주운전 사고피해자 윤창호 씨의 친구들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했다. / 서지민 기자

그는 “음주운전은 한 사람의 인생 꿈, 미래를 완전히 박살내버리는 것이다. 창호에게 생긴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많은 관심과 변화가 없다면 끊이지 않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희가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기존의 법으로는 음주운전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가벼운 처벌이 내려지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피해자들이 오롯이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이다. 이는 절대로 실수로 치부될 수 없는 일이며 심신미약이 아닌 가중처벌의 척도가 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윤창호법’을 발의 제안한 윤창호 씨 친구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민갑룡 경찰청장(오른쪽부터 차례로)과 주승용 국회부의장,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같은 당 신용현 의원의 모습. / 서지민 기자

일명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법안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10월 22일 대표 발의했다. 103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만큼,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법은 ▲음주운전 단속기준 0.03%로 강화 ▲음주운전 재범 기준 3회에서 2회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골자로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윤창호법 내용을 기본으로 하는 음주운전 대책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회 발제를 진행한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는 해외 음주운전 근절대책과 비교해 한국의 음주운전 단속기준 및 처벌 강화 등을 발표했다.

외국 사례를 봤을 때,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후 음주운전 사고율이 현저하게 감소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박사가 발제를 진행했다. / 서지민 기자

일본의 경우 2002년에 단속기준을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했다. 이후 1년 사이에 음주사고가 30% 감소했고, 2014년에 들어서는 8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7년부터는 전체 교통사고 대비 음주사고율이 1% 이하로 떨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스웨덴도 1990년에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0.05%에서 0.02%로 강화하며, 시행 3년 후부터 음주사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1996년을 기준으로 사망사고가 27.6% 감소하고, 상해사고가 2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보 운전자나 상업용 운전자 등 특정운전자에 단속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외국 사례도 많았다.

미국 연방법 규정에 따르면 일반운전자 대상 단속기준은 0.08%지만, 만21세 미만 운전자들은 0.02%의 단속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사업용 운전자의 음주운전 기준과 면허정지 기준은 0.04%다.

독일은 만21세 이하 운전자의 경우 ‘Zero-BAC(Blood Alcohol Concentration, 혈중알콩농도)’ 법안을 적용해, 0%를 넘길 수 없다. 즉,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운전대를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송오섭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이 발언하고 있다. / 서지민 기자

윤창호법은 나아가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 처벌 강화의 방안으로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다른 법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양형기준을 두고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이날 송오섭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은 “음주운전 처벌강화를 위해 법정형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법정형 자체가 낮은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다른 형벌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더 중한 범죄에서 어떤 법정형을 가지고 있는지, 법 전반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발의된 법안의 양형기준 및 법리 검토를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윤창호법이 그대로 통과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다른 법과의 양형기준 때문이다.

이에 지난 6일 윤창호 씨의 친구인 김민진 씨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양형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데, 저희 생각에는 이게 ‘윤창호 법’을 시작으로 상향평준이 되면 될 일이지 함께 하향평준 되는 건 바람직하진 못한 일인 것 같다”고 의견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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