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크루 ‘서교동의 밤’, 우리만의 음악적인 섬 만들고파

프로듀서 크루, 인디밴드 '서교동의 밤'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공감신문 라메드] 도시의 밤.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이 혼재되어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생겨났다 잊히는 밤. 복잡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른 언덕. 보랏빛과 푸른빛이 혼재된 밤하늘 가까이에서, 살짝 취해 내려 본 밤거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고요하기만 하다. 도시의 밤을 녹여 몽환적이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드는 ‘서교동의 밤’의 음악이 어울리는 순간이다.

“칵테일 같은 느낌의 음악이에요.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잖아요. 살짝 취하기도 하고. 유행을 만드는 느낌이지만, 주류처럼 가려고 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 서교동의 밤 

프로듀서 크루 ‘서교동의 밤’은 지난해 싱글 <Walking in the Moonlight> <럭키스타(Lucky Star)>에 이어 최근에 선보인 <Hug You>까지. 특유의 풍부하고 몽환적인 사운드로 팬층을 넓혀왔다. ‘서교동의 밤’의 노래는 세련미를 갖추면서도 지나치게 유행적이지 않다. 자신만의 음악적인 섬을 만들고 싶다는 ‘서교동의 밤’을 만났다.

(왼쪽부터) 프로듀서B(양태경), 객원싱어(다원), 프로듀서D(김재환) /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1. 소개 부탁합니다.

D(김재환): 안녕하세요. 저희는 인디크루로, ‘서교동의 밤’은 곡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들의 모임이에요. 모여서 다양한 장르의 곡을 쓰고 작사, 작곡, 연주, 녹음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저희가 다 알아서 하는 모임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2. 서교동의 밤,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는지?

B(양태경): 저희가 서교동에서 공연을 많이 했는데,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프로듀서A’라는 분이 우리가 연주만 할 것이 아니라, 모여서 함께 곡을 써보자고 하면서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서교동의 밤’이라는 팀명이 정해졌어요. 그때가 2년 전이지요.

3. 프로듀서의 이름을 A, B, C, D 알파벳으로 붙인 이유는?

D(김재환): 저희 팀 프로듀서들은 본래 알고 지내던 선·후배 사이였어요. 그러다 함께 작업하면서 공동 창작물에 대해 더 애정을 갖자는 의미에서 개인의 이름을 쓰지 않고 공동의 이름을 나눠 쓰기 시작한 거지요. 처음에 1, 2, 3, 4로 붙일까 하다가 좀 이상한 거 같아서, 자연스럽게 A, B, C, D라고 붙이게 되었어요.

4. ‘서교동의 밤’ 이름이 특이한데, 이 밴드 이름도 만만치 않다고 느끼는 밴드가 있는지?

다원: ‘무키무키만만수’라고 음악도 특이한데 이름도 특이하신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9와 숫자들’ 역시 이름이 특이해요.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5. 객원 싱어를 영입할 때의 기준과 다원 씨의 영입 계기는?

B(양태경): 원래는 저희가 얼굴을 보고 뽑는데(웃음). 다원 씨는 의외로 노래를 너무 잘해서. 매력이 있지요.

D(김재환): ‘서교동의 밤’ 이름으로 결과물을 내기 시작한 건 2016년부터예요. 그때는 다양한 장르였어요. 발라드도 해보고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해보자고 했었지요. 그러다 다원 씨랑 <Walking in the Moonlight>이라는 곡을 녹음하는데 너무 잘 맞는 거예요. 이러한 색채의 음악이 사람들이 말하는 ‘힙’하다는 장르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요. 우연히 작업했다가 덥석 잡은 경우에요.

다원: <밤 공기>를 먼저 했잖아요.

D(김재환): 어, 그랬네? <밤 공기>와 <Walking in the Moonlight> 두 곡을 작업하고 다원 씨는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지요.

6. ‘서교동의 밤’ 결성 전에는 무엇을 하셨나요?

다원: 저는 실용음악과 학생이었어요. 지금도 학생이고요. 저는 본격적으로 음악한 지가 오래되지 않았어요.

B(양태경): 저는 대학교에서 학생들 음악을 가르치고 연주도 나가고 했어요.

D(김재환): 저도 마찬가지예요. 대학교 강의를 나갔죠. 저희는 모두 음악이 전업인 사람들이에요.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7. 가수 ‘박정현’ 씨를 비롯해 여러 인디밴드가 속해있는 ‘문화인’(文化人, 서교동의 밤 소속사)은 어떤 성격의 기획사인가?

D(김재환): 인디 쪽 뮤지션들이 많은데요, 아직 널리 알려지지 못 한 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라고 생각해요. 의외로 좋은 결과도 있고 해서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8. 서교동의 밤이 추구하는 음악은?

B(양태경): ‘힙’하면서 오래 갈 수 있는 음악이요. 계속 노력하면 된다고 보거든요.

다원: 유행을 만드는 느낌이지만, 주류처럼 가려고 하지는 않는 거 같아요.

D(김재환): 옆에 또 다른 섬이 있는 느낌으로. 여기도 놀러 오세요. 그런. 우리만의 영역이 있는 음악이요.

프로듀서D 김재환

9. ‘서교동의 밤’의 음악에는 ‘몽환적이다’ ‘달달하다’ ‘고독하다’ 등의 수식어가 붙는데, 창작자 본인이 생각하는 비유나 수식어가 있는지?

다원: 음식에 비유하자면, 칵테일 같은 느낌. 칵테일은 종류가 많고 맛도 다양하잖아요.

D(김재환): 살짝 취하기도 하고. 아주 살짝.

10. 음악적인 영감을 받는 방법이나 창작의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D(김재환): 보통 어떤 감정이 벅차서 그거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들을 음악이나 예술품으로 만들잖아요. 그런데 실제 그런 경우는 굉장히 극소수고요. ‘만들어야지’ 결심하고 만들 때가 더 많지요. 뿜어져 나올 때 만들면 더 자연스럽기는 한데, 세상일이 다 그렇지는 않잖아요.

‘오늘 어떤 걸 쓰지?’ 하면서 현재 나에게 가장 영향을 준 게 뭐일까를 생각하고 결심해서 자연스럽게 써지는 일과 쥐어 짜내는 일이 공존하는 거 같아요. 그렇게 해서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은데, 안될 때도 많지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기도 하지요.

프로듀서B 양태경

11.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느껴질 때가 있으세요?

다원: 친구가 ‘내 친구가 네 노래 좋아한다’고 할 때요.

D(김재환): 우리 친구는 나인지 몰라. B도 모르지?

B(양태경): 모르지.

12. 서교동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팬층은?

다원: 보통은 여자분들이 많으신 거 같고. 갈등 속에 계신 분들이 많아요. 왜냐면 알려졌으면 좋겠으면서도 안 알려졌으면 좋겠는 거예요.

D(김재환): 그치, 나만 알고 싶은? 좀 그런 느낌이 있지요.

싱어, 다원

13. ‘서교동의 밤’ 음악 중 추천하고 싶은 곡은?

다원: <Walking in the Moonlight>이라는 곡이 가장 유명하니까, ‘서교동의 밤’ 입문으로 추천해요. 개인적으로는 <Day>라는 곡이 요즘 계속 맴돌아요.

D(김재환): <City Blow>라는 곡이 있는데, 최근에 나온 <City Girl City Boy>라는 곡과 함께 도회적인 느낌이 들지만, 굉장히 외로워지기도 해요. ‘어떻게 이런 느낌을 담았지’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B(양태경): 저는 <눈치>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들을수록 좋더라고요. 이것도 다원 씨가 부른 거지요?

D(김재환): 우린 다원 씨에게 사로잡혔네.

14. 뮤직비디오 톤과 정서가 독특하다.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나?

D(김재환): 요즘은 음악이 가지는 톤과 색깔이 음악 자체라고 생각하고요. 테크닉이나 가창력보다는 음악이 주는 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스락거린다든지, 매끈하다든지 그런 건데. 그래서 우리 영상을 도와주시는 분들과도 그런 질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15. 프로듀서들이 익명을 쓰지만, 음악 외에도 각자의 재능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 같다.

D(김재환): 태경 씨, 카메라 욕심 있어요?

B(양태경): 아니요. 저는 없어요. 조용히 있을수록 편해지고.

D(김재환): 프로듀서들이 다들 연주자들이에요. 그래서 보컬 뒤에서 받쳐줄 때가 대부분이고 뒤에 있는 게 편해요. 다원 씨가 앞에 있어줘서 참 고마워요.

다원: 그래도 개그 욕심 있으시지 않으세요?

D(김재환): 개그 욕심은 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목소리만 나오는 개그.

B(양태경): 얼굴이 알려지는 건 싫지만, 이름이 알려지는 건 좋아요.

D(김재환): 어, 그래요?

16. 서교동은 멤버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가?

다원: 저는 음악 관련 고등학교에서 일 년을 지냈거든요. 그때 홍대에 합주를 많이 나온 게 기억에 남아요. 재수할 때도 근처 연습실 왔다 갔다 하고.

B(양태경): 저는 이십 대를 홍대, 서교동에서 다 보내서, 그냥 동네 같은 느낌.

D(김재환): 음악 하는 사람이면 마찬가지겠지만, 주로 이 동네에서 자고 먹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모든 걸 다 했지요. <City Girl City Boy>라는 곡에도 그런 내용이 담겨있거든요. 그래서 서교동은 저희한테 친숙하면서도 외로운 곳이에요. 동시에 여러 가지 감정이 녹아있어 특별한 곳이 아닐까 싶어요.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17. 밤에는 주로 무엇을 하세요?

B(양태경): 밤에는 자지요(웃음). 곡 쓸 때도 있고 술 마실 때도 있지만, 특별한 건 없어요.

D(김재환): 저희는 해 떴을 때 작업해요. 술 안 먹고 깔끔하게. 그럼 왜 서교동의 밤이지?

다원: 낮에 만드는 밤에 듣기 좋은 음악.

18. 오늘 밤 클럽 ‘에반스’에서 모임이 있다고 하던데, 술자리를 종종 가지는지? 특이한 술버릇이 있는 멤버가 있다면?

D(김재환): 녹음작업이 끝나고 저희끼리 작게 쫑파티를 가지는데요. 자주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술을 못 하지만 꼭 참석은 하고요. 누가 술버릇이 좀 재밌더라?

B(양태경): 저는 술 마시면 프로듀서A랑 맨날 싸워요. 제가 취하면 점점 우기거든요.

다원: 진짜 웃겨요. 저도 술은 잘 못 먹는데, 술을 마시면 웃음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19. ‘서교동의 밤’이 잘 가는 장소를 소개한다면?

D(김재환): 서교동은 구석구석 많이 아는데요. 요즘은 서교동 주변까지 많이 퍼져나갔어요.

다원: 저는 연남동의 닭발집이요. 원래 닭발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그 집 가고 나서부터 닭발이 좋아졌어요.

B(양태경): 저는 서교가든. 돼지갈비가 아주 맛있는데. 밖에서도 먹을 수 있고.

다원: 그 주변에 맛있는데 정말 많아요. 부대찌개, 김치찌개도 맛있고 디저트 카페에... 다 알려드리고 싶다. 위치까지 자세하게.

20. 음원 외에 ‘서교동의 밤’을 좀 더 가까이서 만나려면?

D(김재환): 가까운 시일 내에 클럽 공연도 잡혀있고요. 저희를 검색하시면 페스티벌 참가 일정 등이 나와요. 공연에 오시면 음원과는 또 다른 면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사진 = 정민건 사진기자

21. 어떤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B(양태경): 기억에 남는 뮤지션으로 남고 싶네요(웃음). 사운드적인 면을 더 연구해서 모던하고 트렌디하고 멋있는 사운드를 선보여서, 사운드만 딱 들어도 ‘서교동의 밤’이구나 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D(김재환): 요즘은 유튜브도 있고 하니까, 국경이 없잖아요. 저희 영상의 댓글을 봐도 터키,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등 정말 구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사를 못 알아듣더라도 다원 씨의 음성과 사운드만으로 마음이 느껴지는 ‘국경 없는’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원: 스타일에 제한을 두지 않고 어디에 갖다 놓아도 어울리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22.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원: 저희 새 싱글 <Hug You> 많이 사랑해주세요. 새로운 분위기의 곡이라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 많은 분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B(양태경): 저희의 노래를 들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더 열심히 곡을 써야지요. 계속 지켜봐 주시면 계속 더 좋은 곡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D(김재환): 저는 짧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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