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생활 전부가 ‘평가’ 대상돼...‘정성평가’로써 주관적 평가기준

이기정 서울 미양고등학교 교사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학생부종합평가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언 중이다. / 서지민 기자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최근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 등 별명만 봐도 부정적인 뉘앙스를 느낄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학종의 폐지를 주장한다. 조작과 부정 가능성이 높고, 평가 기준이 마땅히 없어 지나치게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1일 오후 국회에서 민주평화연구원이 주최한 ‘학생부종합전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학종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학종은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을 평가의 항목으로 규정하고 있다.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경시대회 등 모든 요소가 학종의 비교과 항목으로 들어가며 학종의 평가기준으로 쓰인다.

내신과 수능 점수 외에도 다양한 평가 기준을 세워 학생들의 개성과 역량을 종합적으로 판단자는 취지였으나, 반대로 학생들을 옥죄는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이기정 서울 미양고등학교 교사는 학종에 대해서 “입시 역사상 최고의 입시 부담을 불러온 전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학종으로 대학을 가려면, 내신시험과 수행평가, 수능 최저등급, 자기소개서와 면접까지 준비해야 한다”며 “모든 요소에 있어서 사교육을 유발하고 있는, '사교육종합전형'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다만 정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2022년 대학입시’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안에 따르면 비교과 영역을 일정 부분 축소했다. 대학에 제공할 수 있는 수상경력 개수를 학기 당 1개로 제한하고, 기재 동아리 개수 역시 학년 당 1개로 제한했다.

또 소논문의 경우 미기재로 바꾸고, 자격증 및 인증취득 상황도 대입 자료로 제공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의 서식을 개선하고 교사의 추천서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이 발언 중이다. / 서지민 기자

그럼에도 학종은 교사의 ‘정성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이어진다. 학부모와 사교육의 개입을 차치하고서도 기록과 평가에 있어 학종 전형은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소장은 학종을 “위선과 허구 위에 지어진 집”이라고 명명하며 학종의 주관적 기록과 주관적 평가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로 학종 기록과 평가에 있어 조작·부정 가능성을 설명했다. 학종은 교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내용을 기록한다. 또 기록된 자료는 대학 면접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합불을 결정한다. 이 과정 중에 ‘작은 입김’이 반영되는 순간 학종의 공정성은 현저히 저해될 수밖에 없다.

이 소장은 “특히 한국의 교사들은 자신의 학생들의 인생이 자신의 기록으로 좌우되는 순간, 객관적이고 교육적인 관점에서 학생을 평가하기란 어려운 일”이라며 “뇌물을 받지 않더라도, 압력이 없었더라도 교사의 ‘온정주의’가 자신의 제자의 대입에 유리하게 기록하게 한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학종은 최소한의 비율로만 대학 입시에 반영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다. 현재 상위권 10개 대학 입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학종 제도를 전면 축소해 특별전형 등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농어촌, 저소득층, 특수교육 대상, 특성화고 대상 등을 위한 특별전형에 학종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 이현 우리교육연구소장이 토론자로 참석해 본인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서지민 기자

학종의 취지를 마다할 사람은 없지만, 한국 사회에서 학종이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배경에 있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 과장은 “좋은 대학을 가면 좋은 직장에 가고, 좋은 배필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불편한 진실’에서 그 첫 단계가 ‘대학’”이라고 말했다.

백광진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겸 입학처장도 “한국 교육은 입시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좋은 대학을 가려는 이유는 취업을 잘 하기 위해서”라며 “사회구조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무슨 개선안을 내놔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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