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 데 있는 다정한 정보’...무색·무취·무미·비자극성 가스 일산화탄소에 대처하는 법

[공감신문] 고진경 기자=지난 18일 강원도 강릉시 경포 인근에 있는 한 펜션에서 단체 투숙 중이던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 10명 중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는 일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높게 측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159ppm으로 정상 수치보다 8배나 높은 수준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가스보일러를 지목하고 정밀 감식 중이다. 사고현장 감식 과정에서는 1.5m 높이 가스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경찰은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스누출경보기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일산화탄소로 인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야영장이나 펜션, 일반 주택, 아파트 등지에서 발생한 보일러 및 가스 중독 사고는 모두 23건이다.

이번 사건은 10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며 허술한 일산화탄소 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키웠다.

이번 알쓸다정에서는 일산화탄소 중독의 무서움과 사고 시 재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응급처치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일산화탄소의 위험성은 무색, 무취, 무미, 비자극성이라는 특성에 있다. [freepik]

일산화탄소의 위험성은 ‘무색·무취’의 특성에 있다. 맛이나 냄새가 나지 않고 색도 없어 사람이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치명적이다.

존재감이 흐릿한 이 가스는 석유나 석탄, 나무 같은 연료가 연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연료가 타면 실내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들어찬다.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 양이 많아지면 연료의 불완전 연소가 시작되며 이때부터 일산화탄소가 생겨난다.

일산화탄소가 폐로 들어가면 혈액에 있는 헤모글로빈과의 급격한 반응이 일어나면서 산소의 순환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쉽게 말하면 일산화탄소 자체에 유독 성분이 있는 것은 아니나, 일산화탄소가 산소보다 훨씬 더 쉽게 헤모글로빈과 결합하기 때문에 산소 부족이 유발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반응의 속도는 급격하게 빨라진다. 농도가 0.02%인 경우 2~3시간 후에 1차 반응이 나타나지만 농도가 0.64%까지 높아지면 10~15분 안에 의식불명에 이르게 된다.

일반적인 경우 신체의 일산화탄소 농도는 3% 미만이고 흡연 시 5%까지 올라간다. 강릉 펜션에서 사고를 당한 학생들의 경우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가 25~45%에 달했다고 한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인해 체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 두통과 현기증,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freepik]

체내 산소공급이 부족해지면 1차적으로 두통과 현기증, 구토 증세가 나타난다. 메스꺼움이 일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숨쉬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이후 정신은 멀쩡한데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벗어나야 한다.

증상이 의식 저하까지 진행되면 환자가 도움을 주려는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반항하거나 헛소리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환자의 의견에 따르지 말고 재빨리 응급처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일산화탄소 중독의 2차 증세로는 맥박 하락, 사지 경직, 경련 등이 있다. 이 시점은 초기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후에 감각장애와 운동장애 등을 남길 수 있다.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장기는 가장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는 뇌와 심장이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뇌에 무산소 손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기억력, 언어, 인지, 행동 장애를 초래한다.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하고 계속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점차 중추신경계가 마비되면서 의식을 잃거나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일산화탄소 중독 응급처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소 공급이다. [freepik]

일산화탄소 중독의 유일한 치료법은 100% 순도의 산소를 고압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일산화탄소가 산소보다 훨씬 강력하게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므로 그냥 산소로는 치료가 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고압산소 탱크나 고압산소방 등을 통해 일산화탄소 중독을 치료하게 된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것 같은 환자를 발견하면 일산화탄소가 없는 장소로 옮기는 것이 급선무다. 만약 환자를 옮기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창문이나 문을 활짝 열어 최대한 환기를 시켜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있으면 함께 실외로 나간 후 천천히 심호흡을 하도록 유도한다.

그 다음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므로 이불이나 따뜻한 옷 등으로 보온을 해 준다. 몸이 차가워지는 저산소 증상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일산화탄소 중독 응급처치의 핵심은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환자를 평평한 곳에 눕히고 다리를 들어 올리게 한다.

다리 쪽 혈액이 머리와 상체로 쏠리게 해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해 주는 것이다.

옷이 여러 겹이거나 몸에 딱 붙는다면 이를 편하게 풀어주어 숨쉬기 좋게 만들어줘야 한다.

일산화탄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 집안의 보일러나 난방기에서 불완전연소가스가 새지 않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freepik]

일산화탄소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말했듯이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미, 무취, 비자극성 가스이기 때문에 사고가 아예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에서 일산화탄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 집안의 보일러나 난방기에서 불완전연소가스가 새지 않는지 검사해봐야 한다.

또한 배기 연통부가 찌그러지거나 꺾여있는 곳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겨울철 구토나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면 일산화탄소 중독을 의심하고 바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해야 한다.

강릉 펜션 사고에서 지적됐듯이 숙박 시설에는 가스누출경보기를 설치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일산화탄소와 관련된 사고는 주로 겨울철 캠핑장이나 숙박시설에서 발생하지만 집에서도 얼마든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안전 문제에는 신경을 아무리 써도 지나치지 않으니 문제가 없는 것 같더라도 평소에 잘 점검해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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