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 데 있는 다정한 정보’ 행복·번영 기원하는 각국의 이색 새해 음식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2019년 기해년을 맞이했다. 연말연시는 어떤 나라든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특히 1월 1일은 한 해의 다짐을 새기고, 풍요와 행복을 기원한다. 많은 나라에는 이런 마음을 담뿍 담은 음식을 새해에 먹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새해 음식은 모두가 알겠지만, 떡국이다. 떡국의 주 재료인 가래떡은 길어서 장수를 뜻하고, 얇게 자르면 엽전의 모양으로 풍요와 번영을 뜻한다고도 한다.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많은 집이 새해 기분 삼아 1월 1일 아침을 떡국으로 먹는 일이 많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떨까? 생각보다 많은 나라에서 각국의 문화와 의미를 담은 새해 음식을 먹는다.

■ 일본 ‘오세치’

오세치 [wikimedia commons]

우리와 가까이 있지만, 정말 다른 문화와 풍습을 가진 일본도 새해 음식이 있다. 일본은 설날에 먹기 위해 ‘오세치’라는 음식을 준비한다.

과거 일본 헤이안 시대 때는 설 명정 동안 음식을 만들고, 소리를 내는 것이 경건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이 당시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명절 전에 음식을 만들어 놓고 정월 초부터 3일간 이어지는 설 연휴 내내 오세치를 먹는다. 이런 전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일본 특유의 문화로 꼽힌다.

미리 만들어 둔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국물이 없고 보존성이 높은 요리를 만들어 찬합에 담아낸다. 주로 설탕·소금에 절이거나, 간장에 볶는다.

특히 자손의 번영을 의미하는 ‘카즈노코(소금에 절였거나 말린 청어알)’, 장수를 의미하는 새우 등을 주로 먹는다. 또 ‘쿠로마메(검은 콩조림)’, ‘홍백 나마수(무와 당근을 채로 썰어 초간장에 무친 것)’, ‘토란’ ‘타즈쿠리(멸치를 설탕, 미림, 간장에 볶은 음식)’ 등을 담아낸다.

■ 중국 ‘쟈오쯔’

쟈오쯔 [flickr]

중국에서는 다양한 음식을 새해에 먹는다. 그 중 하나가 한국식으로 하면 물만두인 ‘쟈오쯔’다. 한족이 춘절 때 주로 먹는 음식이었다. 평소에는 한국에서 먹는 만두처럼 속에 저민 고기나 야채 등을 넣어 먹는다. 먹는 방식도 삶거나 찌거나 기름에 튀겨 먹는다.

다만 새해에 먹는 쟈오쯔는 안에는 상징이 뚜렷한 재료를 넣는다. 자식을 기원하는 대추, 장수를 기원하는 국수, 무사고를 기원하는 두부와 배추, 가족운을 기원하는 땅콩 등을 넣어 먹는다.

■ 이탈리아 ‘콘테키노 콘 렌티치’

코테키노 콘 렌티치 [wikimedia commons]

‘콘테키노’라는 소시지에 완두콩이나 렌틸콩 등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콘테키노는 돼지껍질을 의미하는 ‘cotina’에서 유래했으며 돼지고기 갈은 것, 돼지껍질, 비계 등을 족발에 채워 먹는 소시지다. 여기에 올리브오일에 볶은 야채와 향신료, 소금 등에 렌틸콩이나 제비콩을 볶아 곁들이면 된다.

이탈리아 말로 ‘긁는다(scratch)’는 단어는 궁핍하게 살아간다는 뜻이 있어, 땅을 긁지 않는 돼지로 만든 요리를 먹어 한 해를 풍요롭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렌틸콩이나 제비콩은 번영을 뜻한다.

■ 독일 ‘마지팬피그’

마지팬 피그 [wikimedia commons]

독일에서 ‘마지팬 피그’는 행운을 상징한다. 사실 음식이라기보다는 장식품이나 달달한 디저트에 가깝다. 장식품으로 보이는 이유는 돼지 모양의 장난감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마지팬 피그는 아몬드, 설탕, 달걀을 섞어 반죽을 한 후 돼지 모양을 만들면 된다. 평소에 가까운 친구, 이웃, 가족들에게 과자를 나눠주면서 한 해의 행운을 빌어준다.

■ 불가리아 ‘포카치아’

포카치아 [wikimedia commons]

포카치아는 밀가루와 이스트를 넣고 납작하게 구운 빵이다.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알려진 포카치아는 유럽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많이 먹는 빵의 종류기도 하다. 최소한의 재료로 만드는 포카치아는 담백한 맛을 기본으로 하지만 토핑에 따라 화려한 음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다만 불가리아에서는 새해 때 먹는 포카치아는 빵 안에 동전을 넣고 굽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포카치아를 피자처럼 한 조각씩 나눠주는데, 그 중 동전이 있는 조각을 받는 사람은 한 해 동안 행운이 따른다는 얘기가 있다.

포카치아는 따뜻한 난로나 화로를 뜻하는 라틴어 ‘focus’에서 유래됐다. 불가리아 사람들이 새해에 포카치아를 먹는 것은 ‘따뜻한’ 새해를 가족·친구들과 함께 보낸다는 뜻이 담겨있지 않을까?

■ 미국 ‘호핑 존’

호핑 존 [Created by jefferyw on flickr]

호핑 존은 쌀밥에 검은색 반점이 있는 콩, 양파, 베이컨, 채소를 넣고 소금이나 향신료와 함께 볶은 요리다. 미국의 대표적인 신년 요리 중 하나다.

아프리카에서 끌려 온 흑인 노예들이 먹던 음식이었으나, 미국 남북전쟁 이후 콩과 순무 잎사귀만 남은 황무지 땅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부 주민들이 이를 먹으면서 버텼다는 역사가 있다. 이후 미국 전역에서 먹는 음식으로 확산됐다.

이런 이유에서 호핑 존에는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 호핑 존에서 채소들은 다 부를 상징한다는 특별한 점이 있다. 콩은 동전을 의미하고, 각종 푸른 채소를 지폐와 비슷하다고 해서 한 해 동안 부를 축적하길 기원하며 먹는다.

각국의 새해 음식은 오래 전부터 이유 모르게 구전되듯이 새해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당장 우리도 왜 떡국을 새해에 먹는지 모르지만, 먹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떡국부터 만두, 빵까지 모양새는 다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모두 같을 것이다. “올 한해도 행복하게 무탈하게 보내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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