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생의 한양이야기] 「암살」서 전지현 결혼식 열린 미츠코시 백화점

[공감신문=한선생 문화해설사] 우리는 왜 사람을 그리워할 때 그와 만났던 흔적과 장소에 집착하는가? 장소는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참 먼 시절의 얘기가 됐지만 일제 강점기 36년의 역사는 참 혹독하였다.

그런데 일제 식민지의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이 있다. 남대문로이다. 이곳은 소위 운종가라고 부르는 종로길과 고무래정(丁)로 연결되어서 조선시대에는 수많은 시전들이 열리었고, 길의 끝쪽에 있는 숭례문을 지나기 위해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하여 물산과 인파들이 홍수처럼 떠다닌 곳이다. 그 거리가 일제를 거치면서 일본의 거리, 식민지의 길로 바뀌었다.

조선은행(현재 한국은행)

이 길의 중심은 당연 한국은행이다. 조선은행이라고 해야 하나. 센긴마에히로바(鮮銀前廣場)라고 해서 조선은행앞 광장이 번화의 중심이었다. 본정통이라고부르는 진고개(충무로) 길 위에서 내려오고 조선의 중심로인 남대문로와 만나는 교차점이었기 때문이다. 이 광장앞으로는 숭례문을 출발한 전차가 지나갔는데 멀리보이는 남산 중턱의 조선신궁을 향하여 승객들이 모두 일어나 차장의 구호에 따라 절하였다고 한다.

한국은행 우측의 정초석을 보면 이토히로부미의 글자로 확인되는 융희3년(순종의 즉위로 보면 1909년)이라는 글자가 아직도 흐릿하게 보인다. 맞은편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은 과거 경성부청(옛서울시청)이 지금의 시청자리로 옮긴 자리에 들어선 조선 최초, 최고의 백화점 미츠코시가 1930년 경성출장소 형태로 들어온 곳이다. 영화 「암살」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곳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안다. 영화 속 주인공 김윤옥(전지현 분)의 결혼식이 치러진 곳이라는 것은 2층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을 확인하면 금방 알 수 있다. 백화점의 옥상은 천재시인 이상이 날개 돋기를 염원하며 “날자꾸나! 날자꾸나!”를 외치던 곳이다.

미쓰코시 백화점 경성점

그 옆의 SC제일은행은 조선저축은행 건물이다. 서민금융을 표방했지만 수많은 조선 민중의 고혈을 짰던 곳. 길 건너면 명동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명치정으로 불리웠던 곳이다. 모뽀모걸(모던 보이와 모던 걸의 줄임말)들이 일제가 덫처럼 깔아놓은 물질만능주의에 흠뻑 취하여 활보 했던 곳이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는 정자옥(나고야백화점)자리이다. 지금의 중앙우체국은 경성우편국자리이니 조선은행과 미츠코시백화점과 삼각지대를 이루며 식민지 조선의 중심광장이 되었다.

모던보이, 모던 걸(영화 라디오데이즈에서)
나석주 열사 동상(옛 외환은행 본점)

명동길을 따라서 가다보니 을지로 입구가 나온다. 구릿빛 진흙이 많은 땅, 조선시대에는 구리개라고 하였다. 이를 일제 강점기에는 한자로 바꾸니 황금정이요, 지금은 을지문덕장군의 이름을 따라 을지로라 부른다. 르네상스풍의 한국전력사옥은 전신 경성전기가 있던 곳이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하고 6년 후에 들어올 정도로 조선의 전기 도입은 아시아에서도 무척 빠른 시기에 이루어졌다. 지금은 하나은행이 된 외환은행 사옥이 보이는데 그 앞을 보니 나석주 열사의 동상이 보인다. 이 자리가 과거 식민지 경제수탈의 중심지인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던 곳이다. 1926년 나석주 열사는 롯데백화점자리에 있던 조선식산은행에 수류탄 1발을 투척하고 길을 가로질러 대각선 방향의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잠입, 권총으로 근무중인 일인을 사살하고 수류탄을 던졌으나 불발되었고 일본 경찰과 시가전을 치루던 중 남은 한 발로 자결하였다.

 

수 많은 건물들이 연결되어 불야성을 이루어 지상낙원이라 불리웠던 곳. 지금도 밤이면 한류를 따라 수많은 외국인들이 북적이는곳. 이곳의 이면에는 거대한 자본과 총칼을 숨기고 조선을 삼키려했던 역사가 있는 숨죽이고 있는 곳이니 자본주의에 환영에 물들기보다 이면의 역사에 귀기울여봄직하지 않은가?

과연 식민지의 길이다.

 

한선생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였고, 지금은 서울에서 문화해설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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