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논설위원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논설위원

[공감신문] 최영훈 칼럼니스트=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안다. 한동훈 위원장이 '국회 이전' 공약을 전격 발표했다. 세종시를 미국 워싱턴 DC처럼 정치행정 수도로 완성하겠단다.

허를 찔린 거야는 떨뜨름한 표정이지만 반대는 하지 않는다. 한 술 더 떠 "수도도 이전하자"(조국)며 불편해하는 기색이다.

좌파의 몫이던 경제민주화를 선점해 대선 승리를 낚아챘다. '이전'은 지역 균형개발을 부르짖던 거야의 브랜드나 다름없다. 그것을 한 위원장이 느닷없이 흔드니 거야는 닭 좇던 개 신세다.  과연 총선 후 '국회 세종시 이전'이 급물살을 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확 기운 듯한 총선 운동장을 흔드는 효과는 확 감지된다. 지루하던 총선판이 반전의 기운으로 흥미롭게 진행될 듯하다.

행정 비효율 해소나 균형발전, 지역경제 활성화가 명분이니까, 국회 이전에 야권도 뭐라고 토를 달기는 힘들다. 충청권 표심이나 서울 한강벨트에도 악영향을 줄 테니 말이다.  충청권과 고도제한 수혜의 여의도 및 용산·성동·마포·동작 등 ‘한강벨트’ 표심을 겨냥한 효과를 톡톡이 챙길 거다.

여당이 ‘졸속' 비판을 감수하고 감행한 것은 그만큼 절박해서다. 의료대란은 대화의 물꼬만 트였지, 여전히 타결의 기미가 없다. 오늘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여당은 '방탄 범죄자연대'를 비판하고, 야당은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극단적 혐오를 조장하며 치르는 진흙탕 선거에서 표심의 풍향계는 어디로 향할까? 총선 코앞에 국회 이전을 불쑥 발표할 정도로 여당은 비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에서 서울에서 5%P 가까이 이겼다. 여당이 대선 때 서울에서 이긴 건 MB밖에 없다. 경기 인천은 졌지만 그 차이가 별로 크지 않았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윤 대통령은 절반이 넘는 27곳을 이겼다. 불과 2년 여 만에 상전벽해를 하듯 표심이 변해버렸다. 강남 3구를 제외하곤 거의 모두 민주당 우세라고 하니 말이다.  지난 총선에선 103vs180, 수도권 121곳 중 단 16석만 챙겼다. 그때보다 정권심판론이 더 거세게 분출한다니 참 걱정이다.

과연 승부수를 띄운 여당에게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인가? 무엇보다 의료대란 해법을 찾는 것도 절실한 과제 중 하나다. 범야권에선 '200석 론'이 가라앉지 않고 불쑥 불쑥 터져나온다. 그게 현실화하면 대통령 탄핵 시도를 넘어 개헌 등으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입법폭주의 거야를 견제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도 무력화한다.

'입법독재 시대'의 개막으로 나라의 앞날에 암운이 짙을 것이다. 총선 후 탄핵정국으로 나라가 격랑에 휩싸여 요동칠 수도 있다. 주위에 이런 위기 상황의 도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범여권 130석 안팎으로 내다보는 게 현실적 판단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지더라도 잘 져야 한다. 절박한 몸짓으로 호소할 때 민심의 바다가 반응한다. 표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이니, 사람 마음 얻는 길로 가야 한다. 나라 걱정하는 60대 이상과 조국신당에 비판적인 MZ세대, '노청연대'를 하나로 뭉치게 할 필요도 있을 법하다.

아직 반전의 기회는 남아있으니 임전무퇴의 자세가 필요하다. 남은 13일 간 더욱 겸허하고 간절하게 선거운동에 임하시라!

 

글 최영훈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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