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방위협력’ 축소 전망...군사정보협정 폐기도 언급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후 부산 해군작전사령부(해작사)를 찾아 일본 해상초계기의 초저고도·초근접 위협 비행에 우리 군의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공감신문] 서지민 기자=한일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이 악화되고 있다. 한일 국방 수장이 ‘강대강’으로 부딪히면서 양국 간 군사교류협력이 중단되는 양상이다. 양측은 예정된 한일 교류행사에 불참을 선언했고, 양 정부는 방위협력 축소도 시사했다.

지난 27일 국방부와 해군에 따르면 김명수 해군 1함대사령관은 다음 달 일본 마이즈루항에 있는 마이즈루지방대(한국 함대사령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방문계획을 취소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올해는 2월에 우리 측이 일본 해상자위대 기지를 방문할 차례였다”며 “이번에는 방문하지 않는다고 일본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한일은 방위협력 차원에 여러 군사교류를 진행 중에 있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매년 함대사령관급 지휘관이 상대국을 방문한다. 홀수 해에는 우리 해군이 일본을, 짝수 해에는 해상자위대가 한국을 방문하는 식이다.

1함대사령부의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위협이라는 점에서, 1함대사령관의 일본 해상자위대 방문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국방부가 지난 24일 오후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P-3 초계기가 우리 해군 구축함 대조영함 인근으로 초저고도 위협비행을 한 사진을 공개했다. 일본 초계기가 고도 약 60m로 비행하고 있다.

한일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에 양국의 국방 수장이 강대강을 맞부딪히면서, 당분간 방위 협력의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방위성이 올해 봄 우리 해역 등에서 열리는 ‘국제해양안보훈련’ 때 해상자위대 호위함 ‘이즈모’를 한국에 파견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취소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들어갔다고 지난 26일 보도한 바 있다.

국제해양안보훈련은 미국과 아세안 국가 등도 참여하는 훈련이다. 공동의장국인 한국의 부산 앞바다에서 출발해 역시 공동의장국인 싱가포르까지 이동하면서 해적 퇴치와 수색·구조 등 해상 훈련을 하는 방식으로 계획되고 있다.

이 훈련에 맞춰 일본은 이즈모 등 해상자위대 함정 수척을 부산항으로 보내기로 했지만,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NIA)의 실효성이 제기되면서,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GSOMNIA는 한일 양국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주고 받기 위해 체결한 협정이다.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은 “GSOMIA는 전혀 무용지물”이라며 “‘일본 초계기가 맞았다는 레이더의 탐지 일시, 방위, 주파수, 전자파 특성 등’을 군사비밀로 지정하고 해당 내용을 우리 정부에 공유하면 쉽게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왜 일본은 자료를 공유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GSOMIA의 실효성이 근본적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GSOMIA는 매년 8월 갱신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이번 갈등을 최대한 차분하게 마무리 짓고, 방위협력 역시 지속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예비역 장성은 “‘이번 기회에 버릇을 고치겠다’는 과한 결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 가운데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전날 열린 한 강연회에서 “한일 방위 당국 간의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한국 당국에) 냉정하고 적절한 대응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한 것으로 교도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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